전국 단위로 봤을 때도 경주는 단연 가을의 화려함을 뽐낼 줄 아는 단풍명소다. 경주시민도 아닌데 경주 단풍시기를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아무래도 그 중심에는 명불허전 가을명소 불국사가 있지만 그 외에도 가을 볼거리가 가득이다.
하지만 좀 색다른 곳을 원한다면 도리마을(은행나무), 용담정(단풍), 옥산서원 계곡, 흥무공원(억새)을 다녀오는 가을여행코스도 괜찮았다. 단풍시기 맞추기가 쉽지 않다. 여행시기도 중요하지만 늦가을 경주여행을 하게 되었다면 늦가을 단풍명소를 다녀와도 좋다. 11월 중순 이후 늦게 물드는 은행나무와 메타세콰이어를 찾아떠나봤다.
나만의 늦가을 경주 단풍명소
운곡서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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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봉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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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산림환경연구원
메타세콰이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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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룡암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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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 먹거리, 볼거리
1. 운곡서원
경주에는 샛노란 은행나무로 유명한 스팟이 크게 3곳이 있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통일전 은행나무길 그리고 마지막은 운곡서원 은행나무. 무려 수령 360년으로 추정되고 높이가 30미터에 둘레가 5.3미터나 되는 보호수로 은행잎 흩날리는 모습으로 SNS 핫플로 떠오른 곳이다. 고전 명소나 다름없는 곳이라 매년 사진작가들이 새벽부터 몰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운곡서원은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많지만 나무에 빛이 들어오려면 대략 8시 30분 이후가 되어야 더욱 화사한 은행잎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하얀 진돗개 한 마리가 목줄없이 다니지만 순한 편이다. 그리고 주차장 입구 쪽에 운곡산방이라는 전통찻집도 있지만 이른 시간에는 열려있지 않다. 50여 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원하는 풍경이 보인다.
다른 나무들은 벌써 겨울 준비를 하고 있지만 강동면 왕신리 은행나무는 11월 2~3주가 넘어야 거의 다 물들고 날씨에 따라 은행비가 내린다. 바람 부는 날 며칠 사이에 떨어져 버릴 수도 있는 것!
이제는 제법 골고루 물든 은행나무. 정조 8년인 1784년에 만들어진 서원이지만 고종의 서원철폐령으로 붕괴되었다가 1976년 중건되어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선비들이 공부하던 곳이자 향사를 올리는 건물들이 있지만 안을 들여다볼 뿐 들어갈 순 없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한자리를 지켜오며 큰 울림을 주는 운곡서원 은행나무. 그 기품을 느끼러 가봐도 좋다.
? 경주 운곡서원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사라길 79-13
?공영주차장 이용
2. 무장봉 억새
억새하면 제주도 산굼부리, 울산 간월재가 생각나지만 경북에도 억새명소가 있다. 바로 경주국립공원 동대봉산 무장봉(624m). 가을의 꽃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억새물결을 볼 수 있어서 경북 가을 산행지로 인기 많다. 흔히들 무장산 억새로 알고 있는데 산 이름은 동대봉산이고 무장봉이라는 봉우리에 억새가 유명하다 보니 잘못 불리고 있다.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주말에는 주차장까지 진입이 어려워서 별도로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평일에는 왕산마을 입구에 있는 드라마선덕여왕촬영지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한 후 약 1.2km를 걸어서 암곡탐방지원센터부터 무장봉 억새 탐방을 나설 수 있다. 그리고 가는 길목에 보이는 가을풍경이 아름다우니 계절과 나란히 걸어보길 바란다.
2021년부터 경주국립공원 암곡탐방로는 거리두기를 위해 일방통행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예약탐방제인데 상시탐방 가능하도록 풀어둔 상태라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가능하다. 약 8.5km 구간으로 계곡 탐방로는 나지막한 언덕과 평지를 걷는 수준이라면 암곡 경사형 코스는 계단과 길이 매우 가파른 편이다.
일방통행으로 가면 완만한 코스로 무장봉 억새를 보고 내려올 땐 가파른 길로 내려온다. 중간에 쉴 수 있는 벤치가 더러 보여서 쉬어가기도 좋고 공기가 상쾌하다.
계곡코스는 무장봉으로 오르는 길에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어서 더욱 자연과 가까워진 느낌이다. 보물 126호인 무장사지 삼층석탑을 볼 수도 있는 코스로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경주국립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처음부터 억새군락지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970년대 동양그룹이 오리온목장을 운영하다가 축산회사로 넘어가고 목장으로 쓰이다가 문을 닫으면서 억새가 이만큼 자라났다고 한다. 강원도 민둥산의 2배가 넘는 44만평에 펼쳐지는 억새 군락지.
억새군락지 너머로 잘 살펴보면 포항바다도 보이고 산줄기와 능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와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이기도 하다.
나름 귀여운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기기도 좋다. 무장봉 정상에는 벤치가 적은 편이라 돗자리를 들고 와서 쉬는 등산객들도 보였다. 천천히 걸으면 왕복 5시간 코스로 빠르게 다녀오면 약 3시간 30분가량 걸린다. 10월 중순에 가면 억새 줄기가 초록이거나 이제 막 억새가 피어나는 모습이 보이는데 10월 말쯤이 적절한 시기지만 그 이후에도 12월 초까지는 은빛 억새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경주 무장봉
? 주소: 경북 경주시 암곡동 산1-6
? 암곡탐방지원센터 주소: 경북 경주시 암곡동 산426
? 선덕여왕공영주차장(경북 경주시 암곡동 54-1)
✔ 일방통행제 시행중, 무장봉 탐방 왕복 약 8.5km
3. 경북산림환경연구원
경주를 SNS핫플로 띄워준 사진명소였던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의 외나무다리! 2018년 가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라 2021년인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내년에는 완공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일부 구간 통제 중이다. 경상북도지방정원이라 적힌 부근에는 가을하늘과 조화로운 메타세콰이어길이 인상적이다. 다만, 저긴 공사구간이라 진입이 어려웠고 건너편 메타세콰이어 숲에서 가을 감상을 즐겨봤다.
아이와 자연생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닮은 듯 서로 다른 식물의 특징과 사진을 적어둔 안내소의 모습. 그리고 단순히 식물원을 넘어서 숲과 식생을 보존하려는 노력들이 곳곳에 보인다.
이곳이 스냅사진 명소로 이름을 알린 이유는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널려있어서가 아닐까. 눈길 닿는 곳마다 다 가을이다.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수령이 꽤 오래된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빛이 잘 들어오는 시간에는 빛내림도 볼 수 있는 곳! 진갈색의 가을 카펫이 깔리고 하늘을 봐도 늦가을 단풍 명소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단풍나무 군락지도 있고 곳곳에 다양한 단풍나무를 볼 수도 있다. 나무 종류가 많고 팻말에 나무 이름정도는 적힌 곳이다 보니 식물공부하기도 좋은 곳.
억새가 흩날리고 이제는 황금빛 벼도 수확된 시기지만 메타세콰이아의 색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통일전과도 가까운 편이고 대부분 가는 길목에 가을빛을 보고 차를 멈춰 세운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
참고로 화랑교육원으로 가는 방향에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의 끝자락에도 메타세콰이어숲을 만날 수 있다. 옆에 데크길이 잘 만들어져있고 수령은 적은 편이지만 촘촘하게 가을이 들어차있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오는 구간이었다. 가을을 배경으로 인물사진 찍기에는 키가 큰 나무보다는 이렇게 가까이서 본연의 색을 보여주는 이런 곳이 더 좋다.
?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 주소: 경북 경주시 통일로 367
✔ 운영시간 : 09:00 - 17:00
✔ 주차장 : 갓길 주차선 있음
✔ 2018.10.10. ~ 공사중, 통제구간 있음
4. 옥룡암
경주 남산에 가을의 색이 만연한 작은 절, 옥룡암이 있다. 비교적 경주 단풍명소로 덜 알려진 편이지만 보물을 품고 있는 사찰이자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적 저항시인인 이육사와의 인연이 있는 곳이다. 심지어 추사 김정희가 ‘일로향각’이라는 현판을 써주기도 한곳으로 많은 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울긋불긋한 애기단풍나무가 풍성하게 계곡을 감싸는 곳. 들어오는 길목에도 단풍터널을 이루다 보니 마을 초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기자기한 벽화를 보며 걸어들어오는 것을 추천한다. 옥룡암에도 공터 주차장이 있지만 흙바닥에 굴곡이 있고 계곡길을 건너야 하니 어둑해진 시간엔 위험할 수 있다.
작은 손을 힘껏 펼친 것 마냥 아름다운 노란 단풍. 늦가을 사진명소로 계곡 아래로 내려가서 다리를 향해 찍는 사진도 괜찮다.
애기단풍이 계곡에 가득 들어차 별천지 계곡이다. 어딜 둘러봐도 가을이 만연한 한 폭의 그림을 볼 수 있다.
보물 제201호인 탑곡마애조상군, 부처바위에는 황룡사 목조 9층탑, 비천상, 승려상, 사자상 등 다양한 형상이 그려져있다. 불국정토를 표현한 바위로 실제로 보면 높이가 9미터로 엄청 거대하다. 노란 은행카펫이 깔린 옥룡암 외곽정사에서 탑곡마애조상군을 바라보는 것도 진풍경이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과도 차로 3분정도 거리로 대나무 계단길을 올라서면 솔숲 사이로 3층 석탑도 보인다. 시간이 된다면 약 8km정도의 경주 동남산 가는 길을 따라 둘레길을 걸어봐도 좋다. 그 사이 탑곡 계곡길과 함께 옥룡암의 단풍은 늦가을의 기쁨이 되어준다.
5. 황리단길 먹거리,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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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진짜 핫플레이스, 황남동 일대의 황리단길.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왔다면 사계절 북적거리는 황리단길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겨봐도 좋다. 수년 전에 비해 전통 한옥 스타일의 카페와 식당이 많이 생겼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아이들의 체험거리가 가득한 곳이 되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화제가 되었던 달고나 만들기도 길거리와 상점에서 즐길 수 있다.
황리단길 맛집은 평일에도 줄 서는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붐빈다. 종류도 다양한 먹거리들 중에서 이색적인 먹거리를 찾아와봤다. 황남동 주민자체선터 근처에 있는 마제소바 전문점 소바카게. ‘소박하게’ 들리는 일식당으로 지붕은 한옥인데 실내는 깔끔한 무채색의 느낌으로 딱봐도 트렌디한 곳이었다. 미도리(바질), 카라이(매운맛), 도니쿠(돼지고기) 등 메뉴가 많았는데 바질소바를 선택했다. 안에는 면이 있고 작은 공깃밥도 주니 면과 밥을 다 먹어볼 수 있는데 은근히 짭조롬한 소스가 입맛에 잘 맞았다. 경주 한복판에서 일본을 잠깐 여행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 소바카게
✔ 주소 : 경북 경주시 첨성로99번길 25-5
⏰ 매일 11:00 – 21:00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
경주 황리단길 곳곳에는 운세를 점쳐볼 수 있는 자판기들이 보인다. 약방운세, 도깨비명당, 천년운세 등 마찬가지로 어릴 적 오락실 자판기처럼 이용할 수 있다. 캡슐을 전용망치로 깨면서 오늘의 운세를 볼 수 있어서 재미삼아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어릴 적 추억의 게임인 달고나게임. 넉점반이라는 소품가게에서도 달고나체험을 할 수 있었다. 달고나 체험비는 1개에 3천 원, 2개에 4천 원으로 만들어진 달고나는 1개에 2천 원, 2개에 3천 원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이쑤시개로 모양을 내볼 수 있도록 센스있게 이쑤시개까지 쓸 수 있는 게 포인트! 상점 말고도 달고나게임은 곳곳에 보인다.
요술자판기, 벚꽃우산양산 자판기, 토퍼자판기 등 오락기나 자판기들이 많이 보였다. 예전에 비하면 볼거리도 가득하고 놀거리도 가득해졌다.
그리고 동경의상실뿐만 아니라 마실, 꽃길한복, 입고놀자 등 다양한 곳에서 의복체험을 할 수 있다. 한복, 개화기의상, 교복을 입고 황리단길을 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우리들만의 추억을 제대로 남길 수 있다. 그리고 황리단길 주변에 가을철 가볼만한 곳으로 대릉원, 계림숲, 첨성대도 있다. 단풍맛집으로 은근히 소문난 곳들로 차가 있다면 보문정, 보문호반길, 월정교 정도 더 둘러봐도 좋다.
소개드린 나만의 늦가을 경주 단풍명소는 단풍의 계절이 끝나도 걷기 좋은 곳으로 추천한다.
?황리단길
✔ 황리단길 주소 :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80 일대
Info. 경주 운곡서원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사라길 79-13
Info. 경주 무장봉
경북 경주시 암곡동 산1-6
Info.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경북 경주시 통일로 367
Info. 소바카게
경북 경주시 첨성로99번길 25-5
Info. 황리단길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80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