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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 배움과 음식을 담은 찻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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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사발에 배움과 음식을 담은 문경
     
     

       오픈 세트장


    문경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의 가을은 단풍으로 한가득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사극촬영지인 이곳으로 가을나들이를 떠난 이유는 12월1일부터 시작하는 ‘2020 찻사발 축제’를 미리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문경새재도립공원을 통해 세트장으로 향하는 길은 운치 그 자체입니다. 푸른 가을 하늘과 함께 빛나는 황금빛 은행나무 아래에서 인생 사진을 건지기 위해 분주한 사람들이 행복해보이기만 합니다.


    조선시대 옛길을 대표하는 문경새재에서 6.5km에 달하는 ‘장원급제길’로 불리는 황톳길을 걷는 발걸음 역시 가볍습니다. 옛 정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길을 계속해서 걷다보면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 할 수 있습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한 이곳의 입구인 다리를 건너자말자 낯익은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언젠가 미디어를 통해 봤을 법한 익숙한 풍경이겠죠. 담장을 넘어 뻗은 나뭇가지에 흔들거리는 단풍잎은 고즈넉한 고택들을 더욱 멋지게 해줍니다.


    주렁주렁 달린 감을 따기 위해 나뭇가지를 휘젓는 사람들의 행동 또한 예스러운 우리의 문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감을 따서 실을 꿰어 빨랫줄에 달아 곶감을 만들어먹는 한국만의 정겨운 풍경을 어디서든 볼 수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찾기 힘든 모습이 되어서겠죠.


    구역마다 조금씩 다른 풍경을 자아내는 문경오픈세트장을 걷고 걷다보니 ‘전통 다도체험’이란 문구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2020찻사발 축제를 미리 즐기러 온 사람에게 이처럼 반가운 문구는 없습니다.


    전통 다도체험을 할 수 있는 한옥 안에서는 전통 한복을 갖춰 입으신 분들이 방문객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었습니다. 홍인 다례원 김은주 원장님이 다도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세트장 내 관아체험장에서 녹차와 말차 그리고 오미자차 등의 전통차 시음과 다도예법 체험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다도체험은 찻사발의 도시 문경에서 한국의 멋과 맑은 공기가 어우러진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Info.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32

       다완 박물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다도체험을 한 뒤 다도란 무엇인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문경읍 하리에 위치한 한국다완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한국다완박물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찻사발 전문 박물관으로써 한국 다완의 이해를 돕고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건립된 곳입니다.


    선덕여왕(632~647)때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차를 마셨다고 전해집니다. 그렇지만 한반도에 차문화가 정착하게 된 것은 고려시대 때입니다. 고려청자 중 가장 많이 만든게 찻사발인 것을 보아 고려는 차의 나라임이 틀림없었습니다. 마치 현대인들이 매일 커피를 즐기듯 그 당시에는 일반 백성부터 왕까지 누구나 차생활을 일상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애초의 우리 민족은 찻잎 가루를 타서 마시는 말차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명나라에서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말차를 금하고 우려마시는 엽차를 선호하며 한반도의 차문화도 변화했습니다. 중국의 제도에 따라 말차보다는 엽차를 주로 마시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변화는 제상에 차를 올리는 풍습을 술로 바뀌기도 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일부 유학자와 승려를 빼곤 조선시대에 차를 즐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선지 차 마시는 풍습이 거의 사라졌던 조선시대에는 찻사발과 밥그릇의 구분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쇠퇴하던 한반도의 차문화에 부활의 시점은 해방 이후였습니다. 한국 고유의 도자기와 다도 부흥운동이 일어나 차인의 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부산여대와 원광대 그리고 서원대같은 대학에서도 다도학과가 개설될 정도로 전통차문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며 밥그릇과 찻사발 양자를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마실 때는 차 이외 약간의 먹거리가 동반됩니다. 이것을 다식이라 합니다. 보통은 과자나 떡 그리고 양갱 등이 이 역할을 해줍니다. 차가 약간 차가운 성질을 가졌음으로 다식을 통해 속을 보호하고 미각을 돋게 하기 위함입니다.


    다도에서는 많은 도구를 사용합니다. 자신의 영혼과 소박함을 담은 다실(방)은 그러한 도구를 통해 꾸며집니다. 방을 장식하는 족자와 꽃병, 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솥, 찻사발, 잿숟가락, 숯그릇 등이 있습니다. 방석과 물을 거르는 통 그리고 물항아리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것들도 다실의 일부가 됩니다. 각기 쓰임새가 다른 다양한 다도구는 분위기와 쓰임새에 걸맞아야합니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다도구 중 다도의 중심인 ‘찻사발’이 ‘밥사발’이 아닌 선택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 대답은 한국다완박물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고대의 다완부터 수억원에 호가하는 대가들의 작품 등을 2500여점 소장하고 있는 한국다완박물관의 전시장은 1,2전시장으로 구분되어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작품들이 모인 이곳에서 바라본 찻사발의 공통점은 손에 잘 잡히는 크기와 무게 그리고 적당한 원통형의 모양과 차의 색과 적절한 대비를 이룰 수 있는 빛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사발이라고 다 똑같은 사발이 아님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문경의 한국다완박물관은 차와 찻사발에 대해 배워볼 수 있는 아주 선한 영향력을 가진 여행지가 분명합니다.

    Info. 한국다완박물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온천5길 2-1 지하1층

       도자기박물관


    차 문화의 성장은 도자기의 발전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도자기는 토기, 정자, 백자의 과정을 거쳐 발전했는데 고대 도자 기술은 동양의 그것이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청자와 백자는 12세기까지 고려와 중국만이 가진 기술이었지만 일본 역시 정유재란과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서 붙잡은 도공들을 통해 기술을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규슈 지방에 있는 아리타라는 작은 마을에는 이삼평이라는 조선인을 기리기 위한 신사가 있습니다. 도자기 마을이라고 불리는 아리타에 위치한 도잔 신사에 조선인이 모셔지게 된 것은 그가 일본에서 최초로 백자를 만든 도자기의 신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한반도의 도자 기술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알 수 있는 역사적 근거이기도 합니다.


    한편, 문경 도자기박물관은 문경의 도자기가 얼마나 우수한지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총 3개의 전시실로 나뉜 이곳의 1전시실에서는 문경도자기의 역사와 제작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제2전시실에서는 박물관에서 소장한 유물들의 특별 전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3전시실은 문경도자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 도예인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혼이 깃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문경은 오래전부터 도자기를 생산하기 최고의 조건을 가진 천혜의 땅이었습니다. 양질의 흙과 물 그리고 땔감, 마지막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판로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사회적 조건과 자연환경을 갖춘 문경의 도자기 역사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1세기부터 시작된 문경도자기의 역사는 청자와 분청사기 그리고 백자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도자기박물관 뒤편에는 16~17세기 백자를 제작하던 문경읍 용연리7호 백자공방이 있어 백자를 생산하던 그 시대를 더욱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백자공방 근처에서 특별한 가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칸 가마로서 망댕이 가마라고 부릅니다. 작업장과 디딜방아 그리고 땅두멍 등 도자기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망댕이 가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하나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낸 도공들의 뒷모습이 그려집니다.


    천혜의 자연을 통해 탄생한 문경 도자기의 역사를 품고 있는 문경 도자기박물관은 한국 도자사를 관통하는 전통성이 있습니다. 고려시대 청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90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이곳에서 도공의 혼을 느껴봅니다.

    Info. 문경도자기박물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문경대로 2416

       문경약돌한우타운

    경상북도는 전국의 한우 생산량의 4분의1을 차지할 만큼 소를 많이 키우는 청정지역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유통과정생략에 따라 수도권보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를 맛볼 수 있는 ‘한우 특구’이기도 합니다. 특히, 문경의 한우는 존재 자체가 다른 한우들과는 다릅니다. 돌마저도 약이 된다는 천혜의 땅에서 성장한 것은 물론 실제로 약리적 효과가 있는 양석으로 알려진 거정석(약돌)을 사료 첨가제로 가공하여 가축에 급여하기 때문입니다.


    거정석과 자연의 깨끗함을 담은 한우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맛이 탁월합니다. 백문이 불여일식. 아무리 말로 떠들어도 직접 맛을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문경축산협동조합과 60년 전통의 편대장 영화식당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문경약돌한우타운은 개업한지 딱 10년된 명품한우전문식당입니다.


    문경약돌한우타운에서는 꽃갈비살과 토시살, 안창살 그리고 낙엽살을 담은 ‘명품모듬’과 갈비살과 부채살 그리고 업진살을 담은 ‘소금구이’ 그리고 ‘등심’ 3가지 메뉴를 통해 잘 익은 약돌한우의 육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수한 품질을 인증 받은 약돌한우를 굽기 전 고기가 눌러 붙지 않도록 기름덩어리로 돌판을 닦아야합니다. 붉은 색감과 어우러진 마블링의 고기 한 점을 불판 위에 올리자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가 냄새가 귀와 코를 자극시킵니다. 핏기가 가신 뒤 한 입에 먹은 한우는 입안에서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감동 그 자체입니다. 사람들이 한우에게 기대하는 바로 맛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고기는 다 비슷하지’라는 착각을 깨트려줍니다.


    다른 약돌한우식당과 달리 이곳에서는 아주 특별한 육회를 맛볼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싱싱한 소의 엉덩이살(함박살)을 갖은 양념과 함께 무쳐낸 달작지근한 육회는 몇 번 우물거리다 입안에서 사라집니다. 소 한 마리에서 15kg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인 함박살만 편대장에서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생선보다 부드러운 특유의 육질과 적은 기름기 그리고 고소함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맛의 비결은 다름이 아닌 숙성이라는 정성에서 탄생합니다. 바로 도축한 생고기보다는 반드시 하루 이상을 숙성시켜 살코기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잘게 썰은 고기에 맛을 내는 양념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조미료를 절대 사용하지 않고 미나리, 파, 마늘, 간장, 참기름, 설탕, 후추가 전부입니다. 그저 고기를 한움큼 집어넣고 장류와 야채를 주물럭 거려 뚝딱 만드는 편대장의 소고기 육회를 맛볼 수 있는 문경약돌한우타운은 참 반가운 식당이 틀림없습니다.

    Info. 문경약돌한우타운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문경대로 2426

       미돈가


    넓은 들판에 홀로 있는 미돈가는 언뜻 보기에 큰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가졌지만 문경약돌돼지와 미나리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입니다. 문경약돌돼지란 문경시에서 생산되는 거정석이란 약돌을 돼지사료에 첨가시켜 돼지에게 먹여 향상된 육질의 살코기를 뜻합니다. 문경약돌돼지는 일반 돼지고기에의 불포화 지방산과 필수 아미노산 함량에 비해 아주 높게 나오는 것이  효능입니다. 또한, 약돌돼지는 돼지특유의 잡내가 없고 식어도 굳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물에 돼지 기름이 잘 분해되고 섭취 후 입안에 기름기가 남지 않았습니다. 


    미나리는 면역력을 강화해주고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효능이 있기에 요즘 같은 시기에 필수로 섭취해야하는 야채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미돈가의 미나리는 다른 식당들보다 특별합니다. 식당 바로 앞에서 직접 재배하여 대접하는 청정미나리이기 때문입니다.


    초벌을 해서 나오는 미돈가의 약돌돼지는 코끝을 찔러 군침을 돌게 합니다. 청정미나리와 노릇노릇 구운 삼겹살을 싱싱한 쌈채소에 곁들이니 맛과 건강을 한 번에 챙기는 기분이 듭니다. 풍부한 육즙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기 때문입니다. 미나리의 향이 싫다면 불판 위에 고인 약돌돼지기름에 구워 먹는 것도 또 다른 별미입니다.  쌉쌀한 미나리에서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약돌삼겹과 미나리의 조합이 완벽했던 미돈가의 한 끼 식사는 고깃집답지 않은 산뜻함이 있었습니다.

    Info. 미돈가
    경상북도 문경시 산양면 반곡리 303-8

       족살찌개 1호점, 가은의 수정식당


    문경시의 서쪽에 위치한 가은읍에는 특별한 음식점이 있습니다. ‘족살찌개 1호점’인 수정식당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정식당이 최초로 족살찌개를 만들어서 1호점은 아닙니다. 사실, 예전부터 탄광촌이었던 문경에는 광부들이 참 많았습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기력을 얻기 위해 그들이 끓여먹었던 족살찌개는 애환의 음식이었죠.


    그러한 과거를 바탕으로 문경시는 문경만의 음식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족살찌개 달인’을 모집 공고했습니다. 수많은 식당들이 참여한 가운데 옛맛을 가장 가깝게 재현한 수정식당이 족살찌개 1호점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광부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족살찌개를 끓여내는 수정식당은 그런 이유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겉보기에 소박한 수정식당의 내부에 부착된 ‘족살찌개 1호점’은 맛집이라는 믿음을 줍니다. 수정식당의 메뉴는 낚지볶음과 닭도리탕 그리고 오리불고기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어느 하나 전문점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음식솜씨가 뛰어납니다. 그렇기에 족살찌개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다양함까지 보유한 식당입니다.


    돼지다리에 붙어있는 살, 일명 족살과 김치,양파,버섯,두부 등을 넣어 매콤하게 끓여낸 찌개는 감칠맛이 납니다. 특히, 팔팔 끓는 냄비에 담겨진 족살찌개를 국자로 휘저으니 족살이 너무 푸짐하여 놀라게 됩니다. 일반적인 김치찌개와 달리 몇 배나 많은 양의 고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족살은 돼지다리에 붙어있는 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껍질과 비게 그리고 살코기까지 붙어 있어 그 맛이 아주 쫀득쫀득하고 고소합니다. 잡내 하나 없는 그 맛은 고기의 양에 이어 또 놀라게 합니다. 색깔만 보면 엄청나게 매울 것 같은 국물도 구수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아주 담백합니다. 비록 작은 식당이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만드는 수정식당에서 족살찌개와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니 여행길이 든든합니다.


    무르익은 가을의 문경여행은 고요한 쉼을 찾는 여행자에게 안락합니다. 따뜻한 차 한잔을 통해 배우는 전통차문화와 뿌리 깊은 우리의 도예역사 그리고 신비의 돌을 먹고 자란 살코기들을 찻사발이란 추억보관소에 담아봅니다.

    Info. 수정식당
    경북 문경시 가은읍 대야로 2478-1

    권동환 경북여행작가의 11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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