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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 안동, 혼자서도 화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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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 혼자서도 화려하게
     
     

    안동은 아주 큰 도시였습니다. 방문을 계획하고, 자료를 조사하기 전까진 경상북도에서 가장 면적이 넓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서울보다도 2.5배나 크다고 합니다. 저는 그곳을 홀로, 혼자,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 네이버로 검색해 본 경상북도 안동시 지도

    안동시청 홈페이지뿐 아니라 지역을 다니다 보면 도시의 브랜드를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시청 홈페이지에 상세히 설명해 두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조선 유교 문화의 영향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그와 관련성이 높은 관광지 위주로 하루를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1. 도착
    제가 방문한 6월 중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날씨는 맑았습니다. 정오를 지나면서는 이른 더위로 지나치게 뜨거웠지만, 그래도 비가 내리고, 먹구름이 낀 것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동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절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도시 홍보 브랜드 간판도 아니고, 특산물 매장도 아니고, 가수 ‘영탁’이었습니다.


    출입이 잦은 화장실 근처, 즉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간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을 통해 인기 가수가 된 영탁씨는 안동 출신으로,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꿈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였습니다. 종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심심찮게 영탁씨가 광고하는 막걸리 입간판도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막걸리는 안동이 아니라 경북 예천의 양조장에서 출시되었습니다).


    ▲ 안동터미널 출입구

    서두에도 밝혔듯이 안동은 아주 큰 도시라 도보로 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대중교통 역시 배차 간격이 길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도시의 씨티투어 버스도 알아보았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고 있어 저는 개인적으로 정한 이번 여행의 취지대로 화려한 스포츠카를 빌리...지는 못 했고, 승용차 한 대를 빌렸습니다.

    2. 구시장
    소재지 : 경상북도 안동시 서부동 184-4
    점포 수 : 약 350여 곳
    특산물과 먹거리 : 안동포, 안동소주, 안동찜닭
    사이트 : http://www.adjang.kr

      
    ▲ 안동 구시장 입구와 동문 _ 입구로 바로 들어가면 찜닭골목이 나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금강산도 식후경! 굶주려 가는 제 배를 채워줄 구시장 찜닭골목입니다. 시장은 현대화 작업을 마쳐 비교적 깔끔했습니다. 구시장의 찜닭골목에는 약 30여 곳의 가게가 있는데, 주문하면 가게 입구 솥에서 진간장으로 간을 하고 졸인 ‘즉석 찜닭’을 먹을 수 있습니다.


    ▲ 토요일 점심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가 많았고, 가게마다 손님의 수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저는 시장을 느긋이 한 바퀴 돌고 입구 근처의 한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메뉴는 찜닭 중(中)자와 대(大)자. 중자는 닭이 한 마리 들어가고, 대자는 한 마리 반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중자는 가격이 28,000원, 대자는 40,000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찜닭 가격보다는 조금 비쌌습니다. 그리고 혼자 먹기에는 중자라도 양이 부담스러워 보였습니다. 치킨의 경우 1인 1닭을 충실히 실천 중이지만, 찜닭을 그것도 가게에서 혼자 한 마리 시켜 먹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혼자서도 화려하게’라는 여행의 컨셉에 맞춰 과감히 찜닭 한 마리와 공깃밥 한 그릇, 거기다 사이다 한 병까지 꼼꼼히 주문했습니다(물론 혼자 여행객을 위한 반마리 메뉴가 출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마음속으로 굴뚝같이 하였습니다).


    ▲ 찜닭 안에는 닭, 양파, 파, 당면, 고구마, 당근, 홍고추가 들어있습니다. 일부 타지역 가게에서 나오는 고구마 떡볶이 떡은 없습니다.

    닭은 야들야들했습니다. 하지만 안동이 아닌 곳에서 먹어 본 ‘안동 찜닭’과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안동에서 먹는 안동 찜닭’만의 어떤 ‘특색’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입에 음식을 가득 머금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안동 찜닭’은 왜 유명한 것일까? 그 유래가 궁금했습니다. 웹서핑 실력을 맘껏 발휘하며 찾아본 결과, 몇 가지 설이 있었는데, 조선 시대 안동의 부촌인 안동네에서 특별한 날 해 먹던 닭찜을 바깥 동네 사람들이 보고 ‘안동네찜닭’이라 불렀다는 설. 1980년대 중반 구시장 닭 골목에서 단골손님들이 닭볶음탕에 이런저런 재료를 넣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지금의 ‘안동찜닭’이 되었다는 설. 서양식 프라이드 치킨점 확장에 위기를 느낀 구시장 닭 골목 상인들이 개발한 퓨전요리라는 설. 그중 마지막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보면 그다지 길지 않은 역사에 사람들 마음을 ‘찜’하게 만든 대단한 ‘닭’요리임에는 틀림없는 사실 같습니다.

    ‘푸드 파이터’처럼 음식을 먹었지만, 결국 다 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남은 찜닭의 아쉬움은 관광지의 즐거움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뜨거워진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습니다.


    ▲ 구시장 중심에 위치한 개방형 휴게공간. 땀을 식히는 사람들,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3. 하회마을
    소재지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186
    시간 : 매일 09:00 – 18:00 하절기 / 09:00 – 17:00 동절기(10월~3월)
    입장료 : 어른 개인 5,000원 / 청소년과 군경 개인 2,500원 / 어린이 개인 1,500원
    사이트 : http://www.hahoe.or.kr

    하회마을에 대한 저의 첫 기억은 한참을 거슬러 20세기로 가야 합니다. 1999년 4월 21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방한하였는데, 그때 이곳 하회마을에 방문하여 생일잔치를 열었습니다.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이곳 안동 하회마을 담연재 마당에서 73회 생일상을 받았습니다. (출처 2019년 5월 5일 매일신문)

    저는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마을을 다니던 엘리자베스 여왕과 그런 그녀의 마을 안내자 역할을 했던 탤런트 류시원씨를 기억합니다. 류시원씨는 조선 중기 문신 류성룡 선생의 13대손이라고 합니다.

    다음 하회마을에 대한 단상은 2010년 8월로 갑니다. 그때 하회마을은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명소로 등재되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대학생이었기에, 친구들과 함께 방문도 계획하였지만, 여차여차 미뤄지며 다시 십 년이 더 지난 오늘에서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토요일 이른 오후라 그런지 주차장에는 꽤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힘겹게 주차를 하고, 표를 구하기 위해 매표소로 걸었습니다.


    ▲ 길치인 저는 매표소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회장터 안으로 들어가야 매표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를 땐 갓 도착한 사람의 뒤를 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 하회장터라고 적힌 현판 앞에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산딸기를 팔고 계셨습니다.

    매표소 앞에는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전신 방역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 방역 게이트는 꼭 공항 보안 검역대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5,000원이었습니다. 마을을 ‘휘’ 돌고 생각해보니, 아주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입장권을 받아들고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는 채 오 분도 되지 않아 저를 마을 입구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물론 15분을 투자하면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였지만, 뙤약볕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 버스 기사님께 입장권을 보여드리고 빈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버스에서 내린 저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호젓한 마을 풍광이 아니라 ‘골프카트’ 대여업체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난 이런 현대 기계에 의지하지 않은 채, 그 시절 양반들처럼 걸어 마을을 둘러보겠다’라고 아주 잠시 생각했지만, 또다시 뙤약볕에 굴복했습니다. 오토바이처럼 바퀴가 세 개인 것은 15,000원, 바퀴가 네 개인 것은 20,000원이었습니다. 대여 시간은 약 한 시간. 값은 5,000원 더 비쌌지만, 저는 ‘혼자서도 화려하게’ 보내야 했기에 바퀴 네 개 달린 골프카트를 대여하였습니다. 짝없이 혼자 그런 골프카트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조금 멋쩍기는 하였습니다.


    ▲ 골프카트에 앉아 앞을 지나가는 골프카트를 찍은 사진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잘 정돈된 마냥 관광지 같았는데, 아직 이곳에 사람들이 삶을 가꾸며 살아간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이 사람들에게 관광객은 조금 불편한 외지인이지 않을까, 때때로는 조용한 마을을 희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세계 문화유산 중 실제로 사람이 사는 곳은 이곳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 꽃이 예뻐서, 가옥이 예뻐서 골프카트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회마을의 역사로 잠시 방향을 틀어보면, 하회마을은 씨족 집성촌입니다. 즉,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말입니다(풍산 류씨, 70%가 넘는 주민이 류씨라고 합니다). 하회(河回)라는 마을의 이름은 낙동강이 마을을 휘어 돌아간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골프카트를 타고 저는 하회마을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길 여기저기에는 이름 모를 꽃도 피어있고, 울창한 나무도 눈에 띄었습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도, 삼각대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 연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장 아침에도 사용한 것 같은 어느 집의 농기구도, 한옥 모양의 교회 건물도 보았습니다.

      
    ▲ 우물과 예배당입니다. 하회예배당의 내부는 약 18평 정도 크기라고 합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주변의 친구들은 다 아는 길치입니다. 한때는 정말 진지하게 사물을 구별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던 적도 있습니다. 혼자 여행 중인 하회마을에서도 다르진 않았습니다. 지나쳤던 길을 다시 지나쳤고, 보았던 풍경을 다시 보며 ‘이걸 내가 봤던가...’ 고개를 절레절레 짓기도 했습니다. 후에 확인하니 같은 사진을 반복해 찍은 어이없는 짓도 했습니다. 그런 저의 ‘덜떨어짐’이 장점이라면, (본의 아니게) 다양한 것들을 반복하여 보기에 볼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그것들을 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장점은 아주 작은 일부분이고, 실은 굉장히 피곤한 노릇이랍니다.

    신데렐라의 구두처럼 시간제한이 걸려있는 골프카트를 바쁘게 몰고 다녔던 건, 하회마을을 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바로 다음의 장소를 가고자 하는 마음이 좀 더 컸습니다.

    4. 부용대와 섶다리 그리고 옥연정사
    1) 부용대
    소재지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광덕솔밭길 72
    전화번호 : 054-856-3013
    2) 옥연정사
    소재지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광덕솔밭길 86
    전화번호 : 054-854-2202
    사이트 : http://www.okyeon.co.kr
    기타 : 고택체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 부용대와 섶다리입니다. 제가 사진을 잘 찍은 게 아니라 어디서 찍든 그림이 됩니다.

    제법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제법 많은 골프카트가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적당한 곳에 골프카트를 세우고, (혼자기에 조금 소심하게)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가고자 하는 여행지를 인터넷 사진을 통해 먼저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접한 후, 실제 여행지에 도착하면 기대보다 못한 풍광에 실망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물론 반대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부용대는 전자가 아닌 후자의 왕왕입니다. 그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 오래오래 멈춘 자리에서 바라봤습니다. 거기에는 아마 뜨거운 태양과 푸른 하늘도 한몫하였습니다. 정말 자연은 아름다웠습니다.


    ▲ 돌 위에 저렇게 적어놓으니 꽤 멋스러웠습니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예기치 못한 볼거리입니다. 부용대에서 옥연정사로 가는 길에는 섶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이 섶다리는 제17호 태풍 타파로 절반이 넘게 물에 떠내려가 복구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동시에서 나무, 솔가지, 흙 등 자연 재료를 활용해 섶다리를 재연했고, 그것을 정식 개통(2020년 5월 29일)하게 되었습니다. 섶다리는 길이 114m, 너비 1.5m인 나무다리입니다.
    바로 이 섶다리에서 저는 예기치 못한 볼거리를 보았는데, 바로 ‘전통 상례 시연’ 행사였습니다.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다양한 길목에 진을 치고, 또 일부는 촬영용 드론을 띄우고, 또 일부는 물에 들어가는 열정까지 발휘한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 전통 상례 시연이라는 것을 모르고 처음에 저는 진짜 장례행렬인 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속으로 ‘울지도 않네...’이런 생각도 했답니다.
      
    ▲ 우산에, 촬영용 드론에, 비옷을 입고 물에 들어가는 사진사들까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숙연해진답니다.

    ‘전통 상례 시연’은 몇 가지 목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상례문화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죽음에 대한 의식과 양상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랍니다.

      
    ▲ ‘전통’ 상례의 재연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모두 남자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사 아저씨 아주머니 틈에 끼어 전통 상례 시연 구경을 마친 저는 옥연정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옥연정사는 섶다리를 건너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계단을 오르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옥연정사 출입구에서 바라본 멋스러운 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옥연정사는 2015년 종영된 KBS 1TV 사극의 제목이기도 했던 ‘징비록’을 서예 류성룡 선생이 집필하신 곳이라고 합니다. 1586년, 공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 멋스러운 건 가까이서 보아도 멋스러웠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흐르다 못해 딱풀 바른 색종이처럼 찐득찐득해진 몸을 나무 그늘에서 식혔습니다. 몸을 식히고 나니, 갈증이 몰려왔습니다. 어쩌면 옥연정사 한쪽 음료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를 본 후, 없던 갈증이 생겨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평소의 저라면 참고 내려갔을 테지만, ‘혼자서도 화려한’ 여행을 계획한 그 날의 저는 과감히 현금 4,000원을 내고, 아이스 오미자차를 벌컥벌컥 식도 아래로 밀어 넣었습니다.

      
    ▲ 마루에 앉아 지켜본 결과 인기 메뉴는 오미자차와 아이스커피였습니다.

    ‘이제 대충 다 봤으니 돌아갈까...’ 생각하던 차, 마치 생각을 읽고 있었던 것처럼 골프카트 업체에서 시간 종료를 알리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저는 옥연정사 계단을 내려가, 섶다리를 건너고, 하회마을 입구로 가 골프카드를 반납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여행지로 이동!

    4. 병산서원
    소재지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병산길 386
    전화번호 : 054-858-5929
    특산물과 먹거리 : 안동포, 안동소주, 안동찜닭
    사이트 : http://www.byeongsan.net
    기타 : 별도의 입장료는 없었습니다.

      
    ▲ 병산서원으로 가는 길.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안동이 고향인 대학 후배는 하회마을보다 병산서원을 더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너무 유명하기에 관광지의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 하회마을보다 조용하고, 서원 아무 돌계단에 앉아 바라보는 주변의 풍광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 다양한 방향에서 찍어본 병산서원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차를 몰고 가며 많은 기대감을 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원은 좋았으나, (섶다리 때와 달리) 운이 좋지 못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병산서원은 후배의 말처럼 아직 날것의 향기가 났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산과 물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저곳, 사방팔방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라 온전히 음미하며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저는 아쉬움의 공간에 ‘가을에 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새로운 기대감을 채우며 주차된 차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분명 질 시간이었음에도 날씨는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선크림을 챙겨 나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쓴 부분만 얼굴이 타지 않아 흉측한 몰골로 변해가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피식 웃음 지었습니다. 혼자 여행의 묘미는 이처럼 대화할 상대가 없기에 별별 생각을 다 한다는 것일 겁니다.

      
    ▲ 여행객은 약 스무 명 내외라 전체적으로 조용하였습니다.

    참! 병산서원은 전국 8개의 서원과 함께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병산서원의 전신은 풍악서당인데 1572년 (옥연정사 설명에서도 만났던) 류성룡 선생이 이곳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병산서원은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 한 곳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서원은 명현을 제사하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세운 사설 기관입니다(후에 각종 폐단의 중심이 되기도 하였지만).

    5. 마시고 먹고 집으로
    성공적으로 (덥기는 하였으나) 맑은 날씨 속 보고자 하였던 하회마을, 부용대, 옥연정사, 병산서원을 모두 여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떠나기엔 안동에서의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저의 입에게 미안하여, 차를 몰고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즉흥적으로 검색하여 도착한 곳이었는데, 한옥 카페라 오늘 하루 제가 다닌 여행지와도 묘하게 관련성이 있는 것 같아 흡족하였습니다. 분위기상으론 대추차나 생강차를 팔아도 괴리감이 없을 것 같았는데, 메뉴는 일반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해 에어컨 아래서 마시며 저녁을 고민했습니다.

      
    ▲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총 세 채의 한옥으로 카페는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저녁 메뉴에 대한 저의 고민은 점심과 마찬가지로 안동에 왔으니 안동 대표 메뉴(고등어, 헛제삿밥 등)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과 (앞에서 한차례 등장했던) 안동이 고향인 대학 후배가 추천한 지역과는 관련성이 없는 메뉴 중 어느 것을 선택하여야 할까였습니다. 저는 대학 후배가 추천한 음식점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추천 메뉴가 고기라 그런 건 아닙니다. 절대! 점심은 안동 대표 메뉴를 먹었으니, 저녁은 안동이 고향인 사람이 추천하는 곳으로 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것이 제 합리화의 근거였습니다.


    ▲ 저와 같은 단순 식사 손님보다는 술을 먹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숯불에 구운 갈매기살은 아주 맛있었습니다. 상추쌈도 풍성했고, 된장찌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양이 너무 많은 것이 다소 부끄러웠지만, 이곳도 1인 메뉴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격은 비교적 싼 편이었습니다. 고기가 수입산이라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 18,000원에 공깃밥과 사이다를 추가했습니다.


    ▲ 좀 더 아름다운 노을을 보았지만,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식사를 마친 저는 차를 반납하고, 처음 출발지였던 안동버스터미널에 다시 섰습니다. 하늘은 어둑해지기 시작했고, 햇볕이 사라진 자리엔 선선한 바람이 대신해 있었습니다. 사실 뻔뻔하게 작성된 글과 달리 저는 수줍음도 많고, 낯도 굉장히 많이 가리는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계획한 이상, 평소의 저와는 다른 모습으로 한나절 살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고, 결론은 재미있었습니다. 결국, 여행은 어떤 마음으로 떠나는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집에 도착한 저는, 끝까지 여행의 취지에 맞게 꽤 비싸게 구매한 수분보충 팩을 얼굴에 붙이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떠나기 좋은 여행지 안동’에서
    ‘혼자서도 화려하게’ 여행을 끝마쳤습니다.

     

    김민수 경북여행작가의 6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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