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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집의 아름다움을 탐하다()
· 지역 : 경주

옛 집의 아름다움을 탐하다

#경북으로_떠나는_고택기행 #만산고택 #독락당

 

 
 
글. 사진 임운석
 
만산고택의 아름다운 전경

자연을 벗 삼아 세월의 더께가 차곡히 내려앉은 옛 집의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단아한 정취와 편안함을 불러일으킨다. 예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던 경상북도엔 이 같은 매력을 품은 오래된 한옥들이 여러 채 남아있어 고택기행을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볼거리 풍성한 봉화 만산고택
만산고택의 솟을대문

만산고택의 별당인 칠류헌

조선 후기 문신인 만산 강용이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생활했던 가옥으로, 별당인 칠류헌은 당시 수많은 문인들이 드나들며 망국의 회한을 나누던 공간이기도 하다. 우뚝 솟은 대문과 11칸에 이르는 행랑채가 사대부 가옥의 규모를 드러내고, 한옥을 짓는 최고의 목재로 꼽히는 춘양목으로 지붕을 받친 대들보도 인상적이다. 만산고택의 또 다른 볼거리는 18개에 이르는 편액인데, 그 중에는 흥선대원군의 친필인 ‘만산(晩山)’과 영친왕이 8살에 썼다는 ‘한묵청연(翰墨淸緣)’이 포함돼 고택의 역사와 내력을 짐작하게 한다. 만산고택은 일반 여행자들도 쉬어갈 수 있도록 한옥체험을 운영하고 있어 운치 있는 하룻밤을 즐기기에도 좋다.

흥선대원군의 친필인 만산 편액

영친왕이 쓴 편액
 
<춘향전> 만큼이나 이야깃거리 가득한 고택, 봉화 계서당

웅장한 첫인상의 계서당

<춘향전>에 등장하는 이몽룡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계서 성이성의 생가인 계서당은 그와 관련한 논란이나 화제성을 차치하고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고택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 아래 오붓하게 자리 잡은 계서당은 사랑채를 받친 높은 기단이 실제 규모 이상으로 웅장한 첫인상을 만들어낸다. 이곳에 앉으면 집으로 드나드는 길과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다. 또 기둥벽에는 눈과 입을 조심하라는 의미의 기와장식을 넣어 양반가의 근엄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화장실에 가는 번거로움을 해결하려 툇마루 끝에 널판을 붙인 작은 소변기를 설치한 것도 흥미롭다.
 
계서당 기둥벽의 기와장식
계서당 사랑채에 설치된 소변기
 
헛담이 멋스러운 청송 송소고택
 
 
헛담이 인상적인 송소고택

청송 덕천마을에 자리한 송소고택 역시 경주 최씨고택 못지않은 만석꾼이었던 ‘심부자집’으로 유명하다. 9대에 걸쳐 만석의 부를 누렸다는 이 가문은 과거 ‘청송에서 대구까지 가려면 심부자 땅을 밟지 않고는 못 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영남의 대부호로 꼽혔다. 지금도 당당한 위세의 솟을대문 너머에는 고풍스런 아흔아홉칸 옛집이 반갑게 맞아준다. 무엇보다 고택 구석구석 종부의 살가운 손길이 닿아있어 더욱 정겹다. 송소고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 자리한 헛담인데, 경상북도의 옛 가옥들에서 주로 보이는 헛담은 아녀자들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안채를 드나들 수 있도록 구성한 배려의 공간이자 남녀유별의 유교적 산물로 평가된다. 송소고택은 이 같은 헛담에 구멍을 내어 닫혔으나 열린 공간으로 담장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송소고택의 솟을대문
종부의 살가운 손길이 느껴지는 고택 풍경
한옥에 깃든 아름다운 정신, 경주 교동최씨고택

경주 교동최씨고택 전경

때론 한옥보다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공간을 더 아름답게 기억하게 한다. 경주 교동에 자리한 최씨고택이 그러한 곳 중 하나인데, 12대에 걸쳐 만석지기의 재산을 지켰던 ‘최부자집’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멋스런 솟을대문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간, 단정한 안채 풍경이 눈길을 잡아끈다. 그러나 여행자들이 더욱 오래 걸음을 멈추는 곳은 최씨종가에 내려오는 육훈을 적은 안내판이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마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 부의 사회적 책임을 먼저 생각했던 가르침이 후세에도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최씨고택의 소담한 안채

최씨고택의 육훈을 기록하는 관람객
 
물길에 창을 내다, 경주 독락당

독락당의 사랑채인 옥산정사

자계천을 감상하기 위해 담장에 만든 살창


이황, 조광조 등과 함께 조선시대 성리학을 이끈 ‘동방오현(東方五賢)’으로 꼽히는 회재 이언적이 낙향하여 생활했던 독락당은 자연을 공간 속으로 끌어들인 한옥의 건축미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독락당 옆으로 흐르는 자계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 사랑채인 옥산정사 옆 담벼락에 살창을 내는가 하면, 자연 암반 위에 기둥을 세운 계정은 계곡 물소리가 건물을 울릴 만큼 풍경 한가운데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또 오래된 향나무 뿌리를 피해 쌓은 담장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한옥 특유의 건축관을 엿볼 수 있어 더욱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계정 

오래된 향나무 뿌리를 피해서 쌓은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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