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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화원 소백산국립공원::추억은 새로운 떠남을 부른다()
· 지역 : 영주 · 최종 수정일 : 2017-05-31

천상화원 소백산국립공원

추억은 새로운 떠남을 부른다

 

글. 사진 임운석



5~6월이 되면 천상화원으로 탈바꿈하는 소백산은 다양한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변검술사를 닮았다. 계절 변화에 따라 천의 얼굴을 등산객들에게 선보이는 소백산. 초여름의 소백산은 어떤 모습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경상북도 영주에 자리한 국립공원 소백산으로 떠나본다.

추억은 새로운 떠남을 부른다
소백산 등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도권에서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어서 당일치기 산행으로 여러 차례 다녀왔다. 단순히 가깝다는 이유가 전부가 아니다. ‘소백산(小白山)’. 이름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때문에 더 많이 끌렸다. 그렇다고 산세가 야트막하거나 오르기 쉬운 것은 아니다. 최고봉인 비로봉이 1,439m에 달하고 영주 권역에서 가장 높은 연화봉 역시 1,357m에 이르는 쉽게 범접하기 힘든 높은 산이다. 그래서 우리가 소백산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작을 소(小)가 아닌 흰 백(白)이다. 예부터 백은 ‘희다’, ‘높다’, ‘거룩하다’는 뜻을 가졌다. 일상에서 얻기 힘든 깨끗하고 맑은 에너지가 소백산에는 가득하다. 이것이 진짜 소백산을 자주 찾은 이유다. 



소백산 정상에는 유난히 바람이 많다. 탁 트인 지형 탓이다. 특히 겨울에는 거침없이 불어오는 칼바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성난 칼바람이 제아무리 위세가 등등해도 따뜻한 봄볕 앞에서는 꼬리를 감출 수밖에 없는 법.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하는 능선에 신록이 물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화사한 꽃잔치가 벌어진다. 소백산에는 수많은 꽃들이 피었다가 지기를 반복한다. 그중에서 이맘때 꼭 챙겨봐야 할 꽃이 철쭉꽃이다. 영주 소백산철쭉제가 열릴 때에는 만개한 철쭉을 배경으로 일출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국립공원 소백산에는 7개의 탐방코스가 있다. 그중 희방사코스가 대표적이다. 등산초입부터 시원한 희방계곡과 폭포가 나서서 더위를 식혀주고, 연화봉까지 수풀이 하늘을 가려 뙤약볕을 피해 산세를 만끽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물기둥, 희방폭포
소백산국립공원의 대표 탐방코스인 희방사코스는 희방매표소에서 출발한다. 이곳에서 3km정도를 오르면 연화봉 정상이다. 희방사코스의 매력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희방폭포에 있다. 폭포까지 약간 가파른 길을 올라야하지만 본격적인 등산에 앞서 워밍업하기에 좋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폭포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폭포 앞에 서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시원한 물줄기가 곧추선 듯 하늘과 땅을 이어준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기둥 같다. 폭포가 떨어지는 가장자리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물빛이 검푸르다. 등산객들은 소백산이 보여주는 첫 번째 장관에 정신이 팔려 사진촬영에 여념 없다. 



지금가지 가볍게 몸을 풀었다면 희방폭포 이후부터는 숨이 깔딱 넘어갈 만큼 난코스가 기다린다. 등산로에는 큰 바윗돌이 줄을 맞춰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한발 한발 오르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은 더 많은 산소를 빨아들이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니 꽤나 올라왔다. 등산의 묘미는 빠른 걸음이 아니라 느리게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높은 고지에 올라서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깔딱고개라는 이름보다 느림고개라고 부름이 옳겠다. 빠른 속도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그 놓쳤던 것을 회복하는 고개가 깔딱고개요, 느림고개다. 20여분을 올랐다. 쉬어가기 좋은 곳에 벤치가 있다. 한고비를 넘겼으니 다시 힘을 내라는 뜻이려니 생각하고 좀 더 힘을 내어 올라본다. 





깔딱고개를 안전하게 오르려면 등산용 스틱이 필수다. 스틱은 체중을 분산시켜주고 비틸길이나 계곡 등지에서 균형유지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도 돌길에서는 무릎보호에 특효이니 꼭 기억하자.  



평온의 숲길에선 만나는 철쭉꽃
숲은 변화무쌍하다. 좀 전까지 이어지던 비탈길은 어디 갔는지 찾아볼 수 없고 완만한 경사를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책길이 이어진다. 희방폭포에서 1.4km 구간이다. 연화봉까지 남은 거리는 1.2km. 느린 것 같지만 진실한 발걸음이 모여 절반을 오른 셈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철쭉꽃도 이 구간부터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도심에서 보는 핏빛의 붉은 철쭉이 아니라 진달래처럼 여리고 가냘픈 연분홍철쭉꽃이다. 만개한 철쭉꽃이 환하게 웃기도 하고 땅바닥에 떨어져 밟히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나뭇가지에 불시착한 채 꽃잎을 축 늘어뜨린 철쭉꽃도 있다. 밟고 지나가기에 미안해서 애써 다른 길로 비켜 돌아간다. 화려했던 짧은 시절을 보내고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이 애잔해 보인다. 





연화봉을 앞두고 마지막 고비가 닥쳤다. 평온의 숲길이 끝나고 다시 나무계단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 구간만 지나면 드넓은 평전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다시 힘을 내본다. 등산길에 철쭉나무가 서로 뒤엉켜 꽃터널을 만들었다. 푸른 나뭇잎과 조화를 이룬 연분홍철쭉의 형언할 수 없는 고운자태다. 꽃에 정신 팔려 힘든 것도 잊은 채 걸었다. 어느 순간부터 하늘을 덮고 있던 나무가 사라졌다. 드디어 하늘과 맞닿은 곳에 도착했다. 거침없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구름도 쉬어가는 연화봉
연화봉에는 짙은 안개가 자욱하다. 그래서일까. 천상에 발길을 들인 것 같다. 먼발치에 국립천문대가 보이고 주변에는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푸르다. 비록 안개가 산 전체를 뒤덮었지만 부드러운 주능선은 흐릿한 선을 따라 이어져 있음이 분명하다. 짙은 초록과 연분홍 철쭉꽃의 조화가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그제 비가 많이 왔어요. 그래서 꽃이 많이 떨어졌어요. 더군다나 오늘은 안개 때문에 영 그림이 좋지 않네요.” 매년 철쭉꽃이 만개할 때마다 사진촬영을 온다는 한 사진가가 오늘은 허탕이라며 불맨 소리를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산이 높으니 구름도 안개도 이곳에서 쉬어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더군다나 안개는 불청객이 아니다. 철쭉꽃을 보기에는 이보다 편안한 빛이 없다. 만약 강한 햇빛이 내려쬈다면 연분홍색의 철쭉꽃은 허여멀겋게 탈색되어 볼품없었을 것이다. 혹시나 시간이 지나면 안개가 걷힐까. 맑은 하늘과 크고 부드러운 능선을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제2연화봉과 제1연화봉을 두루 다녀보기로 했다. 



제2연화봉 가는 길목에 소백산국립천문대가 자리한다. 첨성대모양을 본뜬 천문대가 인상적이다. 올라왔던 희방사코스에 비해 임도가 놓여 있어 걷는 재미는 덜하다. 깊은 숲속 어딘 선가 뻐꾸기의 구애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나라 산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새소리가 뻐꾸기이다.  길섶에는 민들레가 솜털 같은 홀씨를 머리에 이고 있다. 그늘진 곳에는 큰앵초꽃도 피었다. 큰앵초꽃은 5~6월경에 철쭉꽃과 함께 꽃망울을 터트리는 야생화다. 




제2연화봉에는 지난해 12월부터 등산객을 맞기 시작한 국립공원 소백산 제2연화봉 대피소가 있다. 철쭉이 한창인 요즘은 주말 예약이 100%에 이르고 주중에도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125명을 수용하며 매점과 취사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개별등산객을 위한 공간, 가족이나 단체를 위한 공간으로 나눠져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등산객은 “다른 국립공원 대피소에 비하면 제2연화봉 대피소는 한마디로 호텔수준”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제2연화봉 대피소를 돌아보고 다시 연화봉을 찾았다. 안개는 이전처럼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발길을 돌려 등산했던 희방사로 하산 길을 잡는다. 등산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화창한 하늘아래 춤추듯 위용을 뽐내는 소백산 주능선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하산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희고, 깨끗하고, 거룩한 에너지를 가슴에 담아가기 때문이다. 소백산은 언제나 우리에게 변함없는 너른 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 여행정보
▷ 희방사코스 : 희방탐방지원센터-희방계곡-깔딱고개-연화봉(4.4km, 2시간 20분)




▷ 맛자랑 : 탐방지원센터 인근에 소백산 맛집촌이 있다. 풍기인삼을 넣은 갈비탕과 능이버섯칼국수, 손두부 등 메뉴도 다양하다. 단골메뉴인 산채비빔밥과 해물파전, 동동주도 맛있다. 



▷ 함께하면 좋은 곳 : 영주 선비촌은 조선시대 선비문화와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선비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오감체험형 전시를 보며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하룻밤 한옥에서 묵으며 인근의 소수서원과 풍기온천, 풍기인삼시장을 같이 들러보면 좋다.


▷ 문의 : 국립공원 소백산관리사무소 054-638-7896, 영주시 관광산업과 054-639-6601
▷ 찾아가는 길 : 내이게이션 ‘국립공원 소백산 희방탐방지원센터(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죽령로1720번길 76) 검색
▷ 대중교통 : 영주버스터미널에서 25번 버스 타고 희방정류장 하차, 국립공원 소백산 희방탐방지원센터까지 370m 도보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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