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서기가 추천하는 단골맛집

보약 같은 쌈밥의 매력-교동쌈밥()
· 지역 : 안동

보약 같은 쌈밥의 매력

교동쌈밥

 


갖가지 싱싱한 채소를 여러 겹 포개서 올리고,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한 술, 잘 익은 고기에 쌈장 살짝 찍어 볼이 터져라 한 쌈 싸서 먹다보면 공깃밥 한 그릇은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계절의 미각을 살려주는 쌈에는 상추와 쌈배추, 적겨자, 치커리, 레드치커리, 청겨자, 코스타마리, 뉴그린, 엽목단, 적근대, 깻잎, 곰취 등이 있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우리나라 전통 채소 외에도 다양한 쌈채소가 개발되어 식도락가의 입맛을 돋운다.


쌈밥은 가난했던 시절에 상추와 쌈배추 등 쉽게 얻을 수 있는 채소로 배를 채우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음식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살기가 좋아지면서 이제는 쌈밥이 건강음식으로 대약진했다. 시대에 따라 요리도 팔자가 바뀐 것이다. 어린 시절, 바가지에 가득 담긴 보리밥을 가운데 두고 온 식구가 둘러 앉아 텃밭에서 막 솎아온 상춧잎을 여러 겹 포개어 보리밥을 올리고 막된장을 찍은 뒤 봉긋하게 모아 먹던 때가 있었다. 거짓말을 살짝 보태면 배가 시퍼렇게 변하곤 했다. 그 시설 초여름 최고의 쌈은 호박잎이었다. 밥 위에 살짝 쪄서 홍고추, 청고추, 두부 송송 썰어 넣고 바글바글 끓는 된장찌개를 올려 한 쌈 싸서 먹으면 이또한 별미였다.



안동에 쌈밥으로 유명한 집이 있어 찾았다. 일반적인 식당 건물이 아니라 그냥 한옥 같은 가정집이라 참 편하게 다가왔다. 더구나 너와 나의 경계를 가르는 담장이 없어 더욱 편안했다. 문득 책만 읽을 줄 아는 바보 간서치看書痴 이덕무의 말이 생각났다. “돌담 집은 빈부와 아랑곳없이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의 집이요, 생 울타리 집은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의 집이다.” 돌담은커녕 생 울타리도 없이 지대보다 더 낮아 아무 것도 필요 없는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참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로 들어서자 잔디가 깔린 앞마당이 내 가슴 안으로 들어왔다. 부모를 따라온 듯 아이들 몇이서 마당에서 재잘거리며 놀고 있었다. 마당 귀퉁이에 작은 화분들에 마음을 풀어놓고, 아기자기한 소품 속에 연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어 이방인을 반긴다. 건물 앞으로 넓은 창을 내고 식당 안으로 자연 채광을 마음껏 들여놓았다. 이곳에 들어서면 번잡했던 마음도 차분해질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곳 ‘교동쌈밥’을 꾸려가는 김명옥 씨(41세)가 환하게 반기는 데, 구김살 없는 미소와 차분한 음성이 어쩜 이 건물과 이리도 어울릴까 싶었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도 자신에게 말을 거는 물건을 선택하듯 건물도 처음 딱 마주한 순간 무언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 이 집을 보는 순간 그녀 역시 그랬다. 가슴에 형언키 힘든 설렘이 있었다. 마치 전생의 연이 닿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곳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자신이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요리하는 것을 즐겼고, 또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냄새를 풍기거나 연기를 내품거나 왁자그르르한 요리는 제외했다. 그러다보니 선택한 것이 잔잔하게 여유를 즐기며 맛볼 수 있는, 이 집과 마치 띠처럼 어울리는 쌈밥이었다. 그녀다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래선지 사람들은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하고 여유롭게 그녀가 만들어 내는 요리를 즐긴다.


그녀 역시 하루의 모든 일과가 끝이 나면 최소한의 조명만 켠 채 홀로 대청에 앉아 명상에 잠긴다. 내일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진정으로 행복을 즐기는 셈이다. 번잡했던 시공을 통과한 후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인생을 스스로 완성하는 순간이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쌈정식에 나오는 채소를 보자. 상추와 쌈배추는 기본, 치커리, 케일, 청겨자. 적겨자, 레트치커리, 양배추 등 푸짐한 쌈채소에 풋고추가 곁들여진다. 싱싱한 채소와 정갈한 밑반찬, 갓 지어낸 밥 등 간단한 것 같지만 손이 많이 가는 요리들이다. 물론 호박잎, 깻잎, 다시마 등 계절에 따라 쌈 재료에 조금씩 변화를 준다.



오리와 쇠고기, 돼지고기 역시 늘 최고급 생고기만 고집한다.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소스는 100% 과일 등 천연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 낸다. 쌈장도 텁텁한 느낌을 주는 메줏가루를 많이 넣지 않는다. 사람들 입맛에 맞추기 위해 물엿 대신 사과 추출 원액을 넣어서 만든다. 그래서 빛깔과 맛이 더욱 훌륭하다.


밑반찬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쌈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콩나물겨자채, 친정에서 가지고 온 가죽장아찌, 가지무침, 풋고추전, 아주 가늘게 채 썬 감자볶음, 견과류가 푸짐하게 뿌려진 채소샐러드, 배추김치, 오이무침 등 무척 정갈한 반찬이 골고루 오른다. 봄에는 두릅전, 쑥전 등 계절에 따라 변화를 주는 센스까지, 고객 만족을 위한 그녀의 노력은 끝이 없다. 바쁜 점심시간이면 가끔 가까이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이 달려와 일손을 보탠다. 그녀에게 가장 믿음직한 원군이라고 할 수 있다.
상추, 치커리 등 채소에다 오리불고기나 한우불고기를 올리고 밥과 함께 싸서 맛을 보라. 깊은 육수까지 은근하게 배인 불고기와 쌈채소가 어우러져 쌈밥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더 이상 맛을 논한다는 것은 별의미가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다. 식사가 끝나면 향긋한 국화차가 나오는데, 여름이면 네모난 얼음 속에 금국金菊이 꽃을 피우고, 겨울이면 따끈한 찻잔 속에서 금국이 활짝 피어 난다. 한 잔의 차가 맛으로 채워진 입안을 향으로 달랜다.


오리고기 주물럭 쌈밥정식과 한우불고기 쌈밥정식 각각 1만 1천원, 돼지고기 주물럭 쌈밥정식은 9천원이다.

기본정보


- 예약전화 : (054)858-2990
- 주소 : 경북 안동시 경동로 859-4

트랙백주소 : http://tour.gb.go.kr/gbtour/page.do?mnu_uid=162&tmp_uid=459&cmd=2 주소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