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서기가 추천하는 단골맛집

왕창삼겹살()
· 지역 : 경주

왕창삼겹살

하루의 시작

 


이른 아침, 넓은 식당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청소를 하고 있다. 벽을 닦는 것은 물론, 벽에 걸린 선풍기까지 내려서 분해해 말끔하게 씻은 듯 닦아 다시 조립해 걸고, 유리 창문도 마른걸레도 깨끗하게 닦는다. 고기 기름때가 묻기 때문에 이렇게 매일 닦지 않으면 기름이 끼기 십상이다.
이어서 넓은 홀에 놓인 12개의 식탁과 세 개의 방에 놓인 여러 개의 식탁도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게 닦아 놓는다. 허리 한 번 펴는 것으로 식당 안을 휘둘러보더니 이제는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으로 들어가 숙성실에서 삼겹살을 꺼내 손질하기 시작한다. 일하는 품새가 무척익숙한 손놀림이다. 먹기에 딱 알맞은 크기로 자르는데 두께가 예사롭지 않다. 놀라지 마시라! 고기 토막 하나 하나가 크기는 살짝 다를지언정 무게는 똑같다. 고기를 써는 모습이 매우 진지하다. 한 시간 반, 짧지 않은 시간을 집중하던 그녀는 오늘 팔 양을 다 준비 했는지 썰어놓은 삼겹살을 다시 숙성실에 넣고는 잘 갈무리한다.
팔이 아플 법도 한데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는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주방 구석진 곳에 쌓아 놓았던 가마솥 뚜껑처럼 생긴 무쇠로 된 불판을 번쩍 들어 테이블에 하나씩 올려놓는다. 그렇게 하기를 무려 스무번이 넘었다.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예사롭지 않은 힘이다. 지름이 60cm, 무게가 무려 20kg이나 되는 불판을 쉽게 들어 올린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에서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오늘 장사 준비 끝이 아니었던가?
그녀는 망설임 없이 불판 아래 가스 불을 켠다. 설마 손님도 없는 데 고기를 구우려는 것은 아닐 것이고…. 이 불판은 ‘안성주물’ 인간문화재를 찾아가 직접 주문한 것이다. 아마 전국에서 가장 큰 불판일 것이라는 자랑이 이어진다. 테플론 코팅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숯불 역시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믿은 까닭에 그냥 무쇠로 된 불판을 제작했다. 무쇠 불판은 삼겹살이 놀러 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거기에는 비법이 따로 있다. 매일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불판을 달구어 참기름으로 잘 닦아 준다. 그러면 무쇠는 기름을 머금어 고기가 눌러 붙지 않는다. 바로 그 작업을 하려는 것이다. 오늘따라 일하는 아주머니도 나오지 않았다. 불판을 닦고, 청소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불판에 열을 가한 후 참기름을 두르고 하얀 마른 행주로 정성 들여 닦는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러 번 그렇게 한 후에야 다른 불판으로 옮겨간다. 다소 힘이 들었는지, 그것을 잊지 위함인지, 입에선 흥얼흥얼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늘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준비한다. 많고 많은 식당 중에서 우리집을 찾아주는 고객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지 짜증으로 대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란다. 이미 손님상에 나갈 상추 등 채소는 아침에 오자마자 깨끗하게 씻어 놓았고, 삼겹살과 함께 익혀 먹을 콩나물도 미리 장만해 놓았다. 그뿐 아니다. 양파와 감
자, 새송이, 팽이버섯, 표고버섯까지 모두 장만해 냉장고에 잘 갈무리해 두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장사준비가 끝났다. 벽에 붙은 시계는 12시 가까이에 있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녀는 또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최상급 고기만 고집


재료가 좋으니 고기가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뿐 아니다. 이름처럼 삼겹살을 아낌없이 왕창 낸다. 무쇠 불판이 워낙 큰 터라 삼겹살 4인분을 모두 올려도 1/3도 차지 않는다. 불판과 비교하면 고기 양이 적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양이 적다고 툴툴거린 사람이 꼭 단골이 되었다.
삼겹살 주위로 콩나물, 양파, 감자, 갖가지 버섯, 붉게 버무린 김치, 부추, 생새우까지 올려 함께 익혀 먹는다. 식성에 따라 김치에 싸서 먹어도 맛있고, 콩나물 무침과 함께 먹어도 좋다. 살짝 익힌 부추 역시 별미 중의 별미라고 한다.
이곳 주인장 박정은(44세) 씨는 대구가 고향이다. 직장이 경주였던 덕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 식당을 하게 된 동기도 무척 재미있다. 원래 이 집은 그녀가 워낙 고기를 좋아해 단골로 찾아오던 집이었다. 부동산 일을 하던 그녀는 천성이 털털해 남의 말을 잘 믿었던 탓에 사람들에게 잘 속았다.마음의 상처도 자주 받았다. 그녀는 현금이 오가는 장사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단골로 찾아오던 이곳 주인과 거래에 성공해 2년째 장사를 하고 있
다. 성격이 늘 긍정적이었던 그녀였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곳 경주는 그녀에게는 타향이었다.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 도움의 손길을 벌릴 곳도 마땅치 않았다. 맛으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속이지 말고, 정성을 다하며, 누가 보지 않더라도 청결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주방을 청소할 때에도 집에서 살림하듯 한다. 베이킹 파우더를 사용하며 몸에 해롭다는 락스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이문이 덜 남더라도 손님들이 푸짐하게 잘 먹었다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 고기의 질도 최상급을 고집했다.
그래서 고기를 공급하는 곳에서 별나다는 소리를 매번 듣기도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지금까지와는 질이 낮은 고기를 납품했다 하면 곧바로 되돌려 보낸다. 이런 깐깐한 성격 때문에 알아서 가장 최상급의 고기만을 공급해 준다고 한다. 한창 불경기일 때에도 고기 소비량을 보면 그들도 놀란다. 그러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식당이었다. 식자재도 본인이 직접 장을 보아 온다. 부추 한 단을 사더라도 내 눈으로 반드시 확인하고 사온다.

맛의 비밀은 두꺼운 무쇠에


삼겹살도 숙성 과정에서 핏물을 제거해야 담백한 맛이 난다. 숙성 비법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갑자기 단호해진다. 하긴, 어느 바보가 비법을 공개할까? 어쨌든 생삼겹살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면서 색상이 진홍빛이다. 워낙 고기를 좋아해 자주 먹다가 보니 본인 스스로 고기의 질을 귀신같이 알아낸다. 구워 보면 익어가는 냄새와 굽는 시간이 차이가 난다. 이 집의 삼겹살이 맛있는 데에는 두꺼운 불판이 한 몫 한다. 이 무쇠 불판이 고기의 잡내를 잡아준다. 다만 불판을 들기가 힘들어 사람들이 일하기를 꺼려 그 일만 은 본인이 직접 한다.
생삼겹살 100g 7천원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얼마를 남긴다고 계산해 본 적이 없는 그녀다. 그냥 장사가 좋아서 신나게 장사하는 것뿐이다. 고기를 먹고 난 후 이 집만의 특별한 된장찌개도 있다. 물냉면과 열무국수가 각각 5천원이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삼겹살 중에서 가장 빛깔이 좋았다. 침을 삼키면서도 바쁜 일정 탓에 맛을 못 본 것이 지금도 후회스럽다.

기본정보


- 예약전화 : (054)749-7780
- 주소 : 경북 경주시 용담로 104번길 19-2
- 마지막 주 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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