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서기가 추천하는 단골맛집

60년 내력을 간직한-행운식당()
· 지역 : 봉화

60년 내력을 간직한

행운식당

 


칼국수를 미는 홍두깨와 안반은 그 옛날 어느 집을 가든 대청 한구석이나 대청 위를 가로지르는 두 줄의 선반 위에 가로로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쩌다 자리가 없어 세워놓기라도 한다면 곧바로 부모님 불호령이 떨어졌다.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 가장 중요한 것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음식을 만드는 기구를 함부로 굴린다는 것은 용서가 안 되는 일이었다. 또한 안반과 홍두깨는 늘 평평하게 옆으로 뉘어서 사용하는 것인데 세워 놓는다는 것은 그 용도가 다 되었을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니, 집안이 가난해지거나 먹을 것이 궁해진다는 다소 미신적 요소도 가미되었다. “홍두깨가 서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생겨 났다.


이렇듯 칼국수는 가난했던 백성에게 애환과 질곡의 사연들이 오롯이 담긴 우리 민족의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칼국수는 해산물, 곰탕 등 다양한 재료와 함께 색다른 맛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옛날 칼국수, 혹은 할매칼국수란 이름으로 추억에 호소하며 당시 해먹었던 방식 그대로 만들어 파는 식당에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경상도 북부지방에서는 콩가루는 칼국수에 꼭 들어가야 할 필수 재료였다. 이곳 봉화에 밀가루와 콩가루를 3 : 1 비율로 넣어 반죽에서부터 전 과정을 기계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옛날 방식 그대로 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임태순(59세)씨가 운영하는 ‘행운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무려 17년째 식당을 꾸려가고 있는 중인데, 이렇게 외진 곳에서 식당을 하게 된 동기는 옛날 토속적인 맛 그대로 양심을 속이지 않고 음식을 만들어 보리라 다짐하면서부터다. 옆에서 천군만마같이 응원해주는 남편이 있어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3천여 평 농사는 남편이 도맡아서 짓는데 그곳에서는 식당에 필요한 콩은 물론, 쌀과 고추, 가지, 호박 등 채소류를 다양하게 재배한다.
이곳은 농촌이지만, 예전과 달리 일손이 모자라 집에서 점심밥을 날라다 먹는다거나, 참 거리도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일이 잘 없다. 농부들이 논과 밭에서 일하다가 식당에 주문해 배달시켜 점심을 먹는 것이 유행처럼 변했다고 한다. 그리고 들판에서 일하다가 먹는다고 해서 그것을 ‘들밥’이라 부른다.


이 식당도 몇 년 전부터 농사철이 되면 들밥 배달이 많이 늘어 된장찌개는 물론이고, 닭볶음탕도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집의 주요리는 직접 손으로 만드는 손칼국수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편의 할머니께서 쓰시던 안반과 홍두깨를 어머님이 대물림받아서 쓰셨고, 이제는 아내가 쓰다가 너무 낡고 얇아져서 최근에 새로 장만했다고 한다. 60년 세월을 온 식구들 입맛 돋우던 안반과 홍두깨는 보물처럼 방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오는 이 가는 이의 관심을 받으며 짐짓 여유를 부린다. 맛과 정성이 대물림된 이 집 손칼국수의 깊은 맛을 짐작게 한다.



농작물은 농부의 부지런한 보살핌 속에 쑥쑥 자란다. 남편 권영팔(58세) 씨는 새벽 다섯시면 일어나 논밭으로 나가 일을 하다가 아침을 먹고 다시 열시까지 농사일을 한 후 식당으로 와 아내를 도운다. 그런 후 오후 네시부터 다섯시까지 다시 나가 하루를 정리하면서 햇살을 받고 익어가는 농작물을 돌본다. 식당에 오늘 필요한 채소가 무엇인지 거두는 것도 당연히 남편 몫이다.


아내 역시 일찍 일어나 시부모님 아침을 챙겨 드린후 식당에 나와 하루를 준비한다. 그날 팔 재료를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비율대로 넣고 물과 함께 감자녹말을 살짝 넣는다. 전분이 면발을 차지게 만드는 파우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재료를 손으로 힘껏 치대며 반죽을 한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20년 가까이 해왔던 일이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힘이 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반죽이 끝나자 숙성을 위해 밀봉한 상태로 냉장고에 넣는다. 약 한 시간이 지나면 반죽은 더욱 차지고 면을 만들면 착착 늘어난다. 반죽이 숙성되는 동안 푸성귀를 다듬고, 칼국수와 함께 상에 내는 밥을 안친다. 그냥 밥이 아니라 직접 농사지은 쌀과 좁쌀을 약간 섞은 밥이다. 칼국수와 조밥의 조화가 시각적, 미각적으로도 잘 어울린다. 단골들은 이런 맛의 조화에 감탄하곤 한단다.
그리고 이제는 신선한 국물용 멸치를 내장을 빼고 손질한 후 달군 프라이팬에 미리 볶아 냉동실에 넣어 보관해 놓았다. 프라이팬에 살짝 볶으면 많이 넣지 않아도 깊은 맛이 우러 나기도 하지만, 멸치의 잡내를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멸치와 함께 양파, 대파, 다시마, 건새우, 무를 적당량 넣는다. 국물에 비해 많이 넣으면 맑은 맛 대신 탁하게 되고, 너무 오랜 시간 달여도 쓴맛이 날 수 있어 불 조절과 함께 넣는 양, 시간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쯤이면 냉장고에 넣어둔 반죽이 알맞게 숙성된다. 한 번에 할 수 있는 양만큼 잘라 안반에 홍두깨를 이용해 손으로 밀기 시작한다. 몇해 전부터 손가락 마디도 아프고, 팔목과 어깨도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병원을 가봐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는 중이다. 그렇게 몇 번을 한 끝에 하루치 국수 면발 만들기가 모두 끝났다. 이제 칼국수에 올릴 고명을 만들 차례다. 달걀흰자노른자 구분해서 지단을 부친다. 당근은 채 썰어 볶고, 버섯을 송송 썰어서 볶으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이 집은 지역물가 안정에 이바지한 공로로 봉화군수 표창장을 받았으며, 봉화 토속음식점으로 지정되었다. 3분 거리에 다덕약수탕이 있다. 약수도 마시고, 시골 인심이 끈끈하게 묻어 있는 손칼국수에 마음을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돌아서는 발길에 60년 세월의 정이 담뿍 묻어 날 것이다.


칼국수 외에도 비빔밥이 6천원, 닭볶음탕이 3만원이다.

기본정보


- 예약전화 : (054)672-4833
- 주소 : 경북 봉화군 봉성면 다덕로 1083
- 매주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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