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서기가 추천하는 단골맛집

삼영식당()
· 지역 : 경주

참 맛있는 밥집

삼영식당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전기업에 종사하던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그녀 나이 이제 막 39세, 그녀 홀로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일곱살, 열살이었다. 한참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가정의 행복을 소록소록 피워 올릴 시기에 너무도 급하게 떠나간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한동안 그녀에게 그리움은 닳지도 않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애가 끊어지는 아픔이었지만, 가슴 저편으로 눌러 숨겨야 했다. 그렇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당장 아이들을 입히고 먹이는 것이 급했다.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갈까? 눈앞이 까마득해졌지만,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집에서 아이들 돌보면서 밥하는 것이었다. 마침 큰길가에 위치한 집 한 채는 건사할 수 있어 그곳에서 식당 간판을 걸고 밥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골 면 소재지에서 식당이 잘되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무리였다. 그러나 이 또한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했다. 오래 견디다 보면 무엇인가 이루어지리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것이 아침에 일어나서 품는 소망이었다. 그렇게 견뎠다. 그녀에게 세상은 마치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견뎌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성실은 아무도 외면하지 않는 법이다. 조금씩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인근의 읍사무소, 농협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점심시간이면 편하게 드나들었다. 인근 공사장 인부들까지 모두 그녀가 지어주는 밥을 찾았다. 마치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녀가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내는 추어탕이 맛있다고 인근에 소문이 나면서 점심시간이면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세월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을 달랠 수 있었고,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들을 보면서 가슴에 희미한 희망일지언정 조금씩 품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숨 돌리자 조금씩 세상을 돌아볼 너그러운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거둬가려던 것 같았던 세상에서 뒤를 돌아다보는 지혜도 생겼다. 이겨낼 수 있다는 긍지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년이 넘는 세월, 그렇게 악착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질곡의 시간을 견뎌낸 생채기는 새살을 만들어 또 다른 세상을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두 아이도 잘 자라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젠 모두 출가해 어엿한 가정을 꾸려 행복한 삶을 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착하고 예쁜 손주들까지 생겨 할머니 앞에 재롱을 떨며 지난 상처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이 식당을 꾸려가고 있는 최삼례(60세) 씨. 고향이 이곳이라 이웃하고 있는 친구들까지 수시로 드나들면서 벗해 주었다. 어느 분 말씀대로 이곳은 그녀들만의 아지트이자, 본부였다. 마치 매일매일이 곗날 같았다. 그녀들이 모이면 수다 떨기에 입만 바쁜 것이 아니다. 손은 나물을 다듬는 등 잠시도 쉬지 않는다. 그러다 손자의 재롱이 이어지면 취재 도중에도 정신을 빼앗긴다. 또, 그 와중에 외손녀가 전화해 전화선을 통해 “할머니!” 하며 철철 넘치게 애교를 부리자 귀찮은 듯하면서도,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이 가득하다.



한 여인의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곳! 이곳이 바로 ‘삼영식당’이다. 옛날 맛 그대로 우리네 할머니들이 뚝딱 만들어내던 그 반찬 그대로다. 특별난 것도, 별난 재주도 없다. 다만 정성만을 듬뿍 얹어서 낸다. 부디 집에서처럼 맛있게만 먹어주면 그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고슬고슬 갓 지어낸 밥에 콩나물국, 배추김치, 무말랭이 김치, 풋고추에 밀가루를 버무려 쪄낸 것, 데친 부추무침, 호박나물, 깻잎짠지, 감자볶음, 오이무침, 도루메기조림, 꽁치조림, 가자미조림, 꼬막, 계란찜, 그 가운데 돌 냄비에 바글바글 끓어가는 된장찌개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된장도 옛날 방식으로 손수 담근 것이다. 물론 계절에 따라 만드는 반찬이 다르다. 제철 채소를 이용해 만들다가 겨울이면 말린 나물을 많이 쓴다. 모든 찬도 재료 특성에 맞춰 짜지 않고 심심하게 맛있다. 정식 한 상 6천원이면 이 집의 특별난 인심과 고향에서 먹던 어머니 손맛까지 느낄 수 있다. 작지만 행복한 공간이다.



그녀는 계산해본 적이 없다. 원가가 얼마나 들어 얼마의 이익을 남겼는지 도무지 알지 못한다. 장사를 처음 시작할 무렵부터 그래 왔다. 앞만 보고 달려온 터에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무엇을 더 낼 것이 없을까 고민하는 후덕한 모습에 인심이 뚝뚝 흐른다. 두툼한 손은 오롯이 지금의 행복을 가꾼 사연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이곳 식당 건물은 세련되지도 않았다. 실내 장식에 특별히 신경 쓰지도 않았다. 마치 시공을 뛰어넘어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음식 맛 역시 그렇다. 어쩌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은 우리네 밥상은 늘 과거를 오간다. 어머니께 어깨너머로 배웠던 것이 모두였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까?

돌아서는 발길, 등 뒤에서 정情을 툭 던진다.
“이렇게 가시면 섭섭해서 어쩌노?”
손에는 이미 뚜껑을 딴 음료수가 들려 있다.

기본정보


- 예약전화 : (054)751-1292
- 주소 : 경북 경주시 서면 내서로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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